샘플부터 보내달라는 말
거래는 대개 샘플에서 시작됩니다. 문의가 오고, 몇 번 메일이 오가면 결국 "샘플 먼저 보내주세요"가 나옵니다. 여기서 처음 수출하는 분들이 자주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공짜로 주는 건데 그냥 택배로 던지면 되겠지."
그렇게 보냈다가 도착지 세관에서 물건이 잡히고, 바이어한테 관세 고지서가 날아가고, 인보이스 값을 왜 0으로 적었냐는 연락을 받고 나서야 "샘플도 수출이구나"를 깨닫습니다. 샘플은 금액이 작을 뿐, 통관·서류·관세가 다 걸리는 엄연한 수출입니다. 아래는 그 과정에서 실제로 걸리는 것들만 정리한 겁니다.
아래 금액 기준·규정은 확인 시점 기준입니다. 품목과 국가에 따라 달라지고 개정도 되므로, 실제 발송 전에 관세사·특송사에 한 번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1. 무상이냐 유상이냐 — 이것부터 정한다
샘플은 크게 둘로 나뉩니다.
- 무상 샘플(Free of charge): 대금을 받지 않고 주는 것. 대부분의 첫 샘플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 유상 샘플(Charged sample): 값을 받고 파는 것. 샘플 비용·운송비를 바이어에게 청구하는 경우입니다.
실무에서 흔히 쓰는 방식 하나. 처음 보는 바이어가 고가 샘플을 여러 개 요구하면, 샘플 값은 무상 처리하되 운송비(특히 DHL/FedEx 착불 계정)는 바이어 부담으로 돌립니다. 진짜 관심 있는 바이어인지 거르는 필터가 되기도 하고, 샘플 비용 부담도 줄어듭니다. 관심 없는 쪽은 대개 여기서 걸러집니다.
2. "무상인데 인보이스 값을 왜 적어요?"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이겁니다. 무상 샘플이라고 인보이스에 값을 0으로 적는 것.
무상이라도 세관은 물건의 가치를 보고 통관을 처리합니다. 값을 0이나 터무니없이 낮게 적으면 오히려 통관이 지연되거나, 나중에 세관이 실제 가치로 다시 매겨 추징하는 일이 생깁니다. 그래서 인보이스에는 실제 시장가에 가까운 값을 적되, 대금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문구로 명시합니다.
커머셜 인보이스 비고란에 이렇게 씁니다.
FREE OF CHARGE (SAMPLE)
NO COMMERCIAL VALUE — FOR CUSTOMS PURPOSES ONLY: USD 30
"값은 30달러인데, 이건 세관용 신고가일 뿐 실제 결제는 없다"는 뜻입니다. 값을 적되 무상임을 분명히 하는 것 — 이게 핵심입니다.
3. 한국에서 내보낼 때 — 수출신고, 해야 하나
소량 샘플을 특송(DHL·FedEx·EMS 등)으로 보낼 때 한국 쪽 절차는 금액으로 갈립니다. (FOB 기준)
| 금액(FOB) | 방식 | 특징 |
|---|---|---|
| 200만원 이하 | 목록통관 | 특송사가 목록만 제출, 수출신고 생략. 조건 맞으면 수출실적 인정 가능 |
| 200만~400만원 | 간이수출신고 or 일반신고 (선택) | 간이신고는 항목 간소, 실적 인정·관세환급은 동일 |
| 400만원 초과 | 일반수출신고 | 정식 신고 |
참고로 2026년 8월부터 간이수출신고 기준이 2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상향됐습니다. 전자상거래 수출이 늘면서 완화된 것으로, 웬만한 샘플은 간이신고로 처리됩니다.
그냥 목록통관으로 던지면 편한데, 왜 신고를 하나
여기서 실무 판단이 갈립니다. 목록통관이 제일 간편하지만, 수출신고필증(수출면장)이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 수출실적을 무역협회 등에 쌓고 싶을 때 (지원사업·인증·금융에서 실적 요구)
- 부가세 영세율·관세환급을 챙길 때
- 바이어 나라에서 수출신고번호를 요구할 때
그래서 "샘플이라도 면장 하나 끊어두자"는 판단을 하는 겁니다. 당장은 번거로워도 나중에 실적·환급으로 돌아옵니다. 특송사(DHL 등)도 요청하면 GN 코드로 정식 수출신고를 대행해줍니다 — 다만 인보이스·패킹리스트를 픽업 전에 미리 넘겨야 합니다.
4. 미국으로 보낼 때 — 샘플이 여기서 자주 걸린다
미국은 샘플에 대한 규정이 명확합니다. 미국 관세 코드에 **샘플 무관세 조항(HTSUS 9811.00.60)**이 따로 있습니다. 조건은 둘 중 하나입니다.
- 샘플이 개당 1달러 이하이거나
- 판매할 수 없게 훼손(mutilated) 되어 있을 것 — 구멍을 뚫거나, 잘라내거나, 지워지지 않는 잉크로 "SAMPLE" 표시
그리고 상업송장에 MUTILATED SAMPLES – 9811.00.60 문구를 수입 전에 기재해야 합니다.
여기서 실무자들이 데는 지점: "SAMPLE"이라고 라벨만 붙인다고 무관세가 아닙니다. 실제로 미국 세관 판례를 보면, 속옷에 "Sample not for resale" 라벨만 꿰매 넣은 건은 무관세를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반면 레이저로 영구 각인하거나, 옷을 눈에 보이게 2인치 이상 잘라낸 건은 인정됐습니다. 판매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야 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 훼손이 어려운 고가 샘플(장비·완제품 등)이라면, 무관세를 포기하고 정식으로 관세 내고 보내거나, 되가져올 거면 TIB(임시수입)·ATA 까르네 같은 제도를 검토합니다.
- 품질검사·촬영·테스트 목적 샘플은 "주문 유치용"이 아니라서 이 조항에 안 들어갑니다. 이 점을 모르고 신청했다가 거절당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5. EU로 보낼 때
EU는 대체로 가치가 낮고(대략 45유로 이하) 전시·홍보용인 샘플에 관세 면제를 둡니다. 다만 회원국마다 적용이 조금씩 다르고, 품목이 화장품·식품·화학물질 같은 규제 대상이면 샘플이라도 해당 규제(성분·라벨·등록 등)를 그대로 따져야 합니다.
즉 "EU는 45유로 이하면 무조건 통과"가 아니라, 금액 조건 + 품목 규제를 같이 봐야 합니다.
6. 품목이 규제 대상이면 — 샘플도 예외 없다
금액이 아무리 작아도, 품목 자체가 규제 대상이면 샘플이라고 봐주지 않습니다. 화장품·식품·의약품·화학물질·통신기기 등은 수입국의 성분·인증·라벨 요건을 그대로 요구받을 수 있습니다. "샘플 한 개인데 뭘"이라고 생각하고 보냈다가 통째로 잡히는 게 대부분 이 경우입니다. 규제 품목이면 본계약과 똑같은 기준으로 사전 확인부터 하세요.
규제 품목의 미국·EU 요건은 여기서 정리했습니다: 산업재 vs 소비재 수출 전략과 북미·유럽 리테일 진입 구조
7. 샘플 서류, 본계약 대비 미리 맞춰두기
실무 요령 하나 더. 샘플 보낼 때 쓰는 인보이스·패킹리스트를 본계약 때 쓸 양식과 통일해두면 나중이 편합니다. 회사명·주소·품목명·HS 코드 표기를 샘플 단계에서 정리해두면, 정식 주문이 들어왔을 때 서류를 새로 맞출 필요가 없습니다. 샘플 단계가 사실상 서류 리허설인 셈입니다.
정리
[샘플 수출, 실무 체크]
1. 무상/유상 결정 → 무상이면 운송비 부담 주체(착불 등)만 정리
2. 인보이스 값은 절대 0 금지
→ 실제 시장가 + "FREE OF CHARGE (SAMPLE), NO COMMERCIAL VALUE"
3. 한국 발송(FOB): 200만↓ 목록통관 / 200만~400만 간이 or 일반 / 400만↑ 일반
→ 실적·환급·면장 필요하면 소액이라도 수출신고
4. 미국: 9811.00.60 (개당 $1↓ 또는 판매불가하게 훼손)
→ 라벨만으론 부족, 인보이스에 "MUTILATED SAMPLES – 9811.00.60"
5. EU: 저가(대략 €45↓)·전시용 면세, 단 회원국별·품목 규제 확인
6. 규제 품목(화장품·식품·화학·통신 등)은 샘플도 예외 없음
7. 샘플 서류를 본계약 양식과 통일해두기
[핵심]
"샘플은 금액이 작을 뿐, 통관·서류·관세는 다 걸리는 수출이다"
마치며
샘플은 거래의 첫 단추라, 여기서 통관 사고가 나면 바이어에게 첫인상부터 나빠집니다. 반대로 인보이스 문구 하나, 훼손 표시 하나를 제대로 챙기면 상대는 "이 회사 일 좀 하네"라고 느낍니다. 값이 작다고 대충 보내지 말고, 본계약 예행연습이라 생각하고 서류부터 맞춰 보내세요.
D&B는 그 앞단, 어떤 바이어에게 샘플을 보낼 가치가 있는지를 글로벌 기업 데이터와 AI 매칭으로 먼저 좁혀 드립니다. 아무 데나 샘플을 뿌리는 것보다, 될 만한 곳에 집중하는 게 결국 비용을 아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