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 보험" 말고, "화물 보험"
수출 리스크를 이야기할 때 보통 두 가지가 헷갈립니다. 하나는 바이어가 돈을 안 줄 위험(무역보험, K-SURE), 다른 하나는 물건이 운송 중 깨지거나 사라질 위험입니다. 이 글은 후자, 즉 해상적하보험(marine cargo insurance) 이야기입니다.
컨테이너가 바다를 건너는 동안 별일이 다 생깁니다. 풍랑에 깨지고, 해수에 젖고, 하역하다 떨어지고, 심하면 배가 사고를 당하기도 합니다. 이때 "물건이 상했으니 운송사가 다 물어주겠지"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운송인 책임은 제한적이고, 그래서 화물 자체에 드는 게 적하보험입니다.
대금 미회수 위험(바이어가 돈을 안 주는 경우)은 다른 글에서 다뤘습니다: 수출 대금 못 받을 위험, 무역보험으로 대비하기(K-SURE)
1. 담보 조건 — ICC(A) / ICC(B) / ICC(C)
적하보험의 보장 범위는 런던보험자협회가 만든 협회적하약관(Institute Cargo Clauses, ICC) 을 기준으로 나뉩니다. 오늘날 표준은 세 가지입니다.
| 약관 | 담보 방식 | 담보 범위 | 보험료 |
|---|---|---|---|
| ICC(A) | 포괄책임(전위험) | 면책사유를 뺀 모든 우연한 사고 | 높음 |
| ICC(B) | 열거책임 | 정해진 위험 + 지진·낙뢰·해수 침수 등 | 중간 |
| ICC(C) | 열거책임 | 침몰·좌초·화재·충돌 등 중대 사고 위주(최소) | 낮음 |
- ICC(A) 는 "면책만 아니면 다 보상"에 가까워, 파손·도난 위험이 큰 고가품·정밀기기·신규 루트에 적합합니다.
- ICC(C) 는 큰 사고(배가 가라앉거나 불나거나 부딪히거나) 위주라 담보가 좁습니다. 저가 대량·벌크처럼 손상 가능성이 낮고 비용에 민감한 화물에 씁니다.
- ICC(B) 는 그 중간입니다.
"A면 무조건 안전"은 아니다 — 면책
ICC(A)도 전부를 보상하진 않습니다. 불충분한 포장, 화물 고유의 하자, 통지 지연 등은 면책될 수 있습니다. 특히 포장이 부실하면 A로 가입해도 "포장 불량 면책"에 걸립니다. LCL(혼적)은 FCL보다 포장 기준을 더 엄격하게 잡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2. 얼마를 부보하나 — 인보이스의 110%
부보 금액(사고 시 받을 수 있는 최대액)은 실무에서 송장(인보이스) 금액의 110% 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왜 110%인가: 화물 원가뿐 아니라 운임·부대비용 + 정상 거래 시 기대이익(10%) 까지 반영하는 관행입니다.
- 법으로 110%가 강제된 건 아니지만, 인코텀즈 CIF·CIP도 최소 110% 부보를 요구합니다.
- 적하보험은 손해보험이라 실손보상 원칙이 적용됩니다. 피보험이익을 넘는 과다 부보는 보험료만 더 나갈 뿐 초과분을 못 받습니다.
3. 누가 가입하나 — 인코텀즈로 갈린다
가입 주체는 인코텀즈 조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조건명에 I(Insurance) 가 들어간 CIF·CIP는 수출자가 의무적으로 가입합니다.
| 인코텀즈 | 보험 가입 의무 | 위험 부담자 | 주의점 |
|---|---|---|---|
| CIF | 수출자 의무 (최소 ICC-C) | 구매자 | 담보가 좁아 추가 부보 필요할 수 있음 |
| CIP | 수출자 의무 (ICC-A 수준) | 구매자 | 인코텀즈 2020에서 최대담보로 강화됨 |
| FOB·CFR | 의무 없음 | 구매자 | 안 들면 무보험 — 실무상 누락 잦음 |
| EXW | 의무 없음 | 구매자 | 안 들면 무보험 |
여기서 인코텀즈 2020의 핵심 변화 하나. CIF는 최소담보 ICC(C)를 유지했지만, CIP는 최대담보 ICC(A)로 상향됐습니다. 컨테이너·항공·복합운송에 쓰는 CIP는 이제 수출자가 전위험 수준으로 부보해야 합니다.
실무 함정: FOB로 계약하면 위험은 법적으로 수입자에게 넘어가지만, 바이어가 보험을 안 드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초기 수출 단계에서 브랜드 평판이 중요하다면, FOB여도 수출자가 자발적으로 ICC(A)를 들어두는 걸 고려하세요. 인코텀즈 개념은 여기: 인코텀즈 2020 완벽 정리
4. 어떻게 가입하나
절차는 어렵지 않습니다.
- 경로: ①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 등)에 직접 신청, 또는 ② 선적 맡긴 포워더에게 가입 대행 요청. 실무에선 포워더 대행이 흔하지만, 담보 조건(ICC)과 부보 금액은 직접 확인하세요.
- 필요 정보: 선적일정·선명, 그리고 선적서류(커머셜 인보이스·패킹리스트, 품명·수량·금액·HS Code 등)를 넘기면 가입이 진행됩니다.
- 요율: 기본요율에 품목 파손위험·항로 위험도·선박 상태 등에 따라 할증·할인이 붙습니다. 품목마다 다르니 가입 전 확인이 필요합니다.
5. 사고가 났다 — 여기서 놓치면 보험금 못 받는다
적하보험 클레임에는 일반 보험과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이 있습니다. 운송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보전해둬야 한다는 점입니다.
화물 사고의 실제 원인이 운송인에게 있을 때, 이 청구권을 살려두지 않으면 보험사가 대위권(피보험자를 대신해 운송인에게 청구할 권리)을 행사하지 못해 보험금 지급이 거절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고가 나면 순서가 중요합니다.
- 발견 즉시 사진·영상: 개봉 전 외관, 봉인(Seal) 상태, 파손 부위, 수량
- 운송인·포워더에 서면으로 즉시 통지(클레임 통지) — 배상청구권 보전
- 필요 시 검정(surveyor) 신청으로 손해 원인·정도 확인
- 서류 준비: 보험금 청구서, 보험증권, 상업송장, 패킹리스트, 검정보고서, 운송서류 등
- 보험사에 청구
핵심은 "임의로 폐기·처분하지 말고, 증거를 남기고, 통지를 서면으로 빨리" 입니다.
정리
[해상적하보험 한눈에]
· 담보: ICC(A) 전위험 / ICC(B) 중간 / ICC(C) 최소(대형사고 위주)
→ 고가·파손취약·신규루트=A / 저가대량=C
→ A도 포장불량·고유하자·통지지연은 면책
· 부보금액: 인보이스 110% (원가+운임+기대이익) — CIF/CIP 요건도 110%
· 가입주체(인코텀즈):
CIF=수출자(최소 ICC-C) / CIP=수출자(ICC-A로 강화)
FOB·CFR·EXW=의무없음(누락 잦음, 자발 가입 고려)
· 가입: 보험사 직접 or 포워더 대행(조건·금액은 직접 확인)
[사고 시]
발견 즉시 사진 → 운송인·포워더 서면 통지(청구권 보전)
→ 검정 → 서류 구비 → 청구
(임의 폐기 금지)
마치며
적하보험은 "안 쓰면 아까운 비용" 같지만, 한 번 사고가 나면 화물값 전체가 걸립니다. 그리고 사고가 났을 때 보험금을 제대로 받느냐는 평소의 준비(적절한 담보 선택, 충분한 포장, 그리고 사고 직후 사진·서면 통지)에서 갈립니다. 인코텀즈 조건에 따라 내가 들어야 하는지 바이어가 들어야 하는지부터 확인하고, 조건과 금액은 남에게 맡기더라도 직접 눈으로 확인하세요.
D&B는 그 앞단, 믿고 실어 보낼 바이어를 찾는 일을 글로벌 기업 데이터와 AI 매칭으로 돕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