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 하나 보내주세요"라는 말의 무게
첫 수출을 앞둔 분들이 자주 당황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몇 번 메일이 오가고 가격이 맞아가는데, 바이어가 갑자기 "Please send us the PI"라고 합니다. PI가 뭔지도 애매한데, 이게 견적서인지 계약서인지, 여기 뭘 적어야 하는지부터 막힙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PI는 그냥 견적서가 아닙니다. 바이어가 여기에 "OK" 하고 사인하거나 대금을 보내는 순간, 그 내용이 곧 계약이 됩니다. 그래서 PI에 뭘 적느냐가 중요합니다. 이 글은 견적 단계 서류들이 실무에서 어떤 순서로 오가고, 각각 뭘 챙겨야 하는지를 정리합니다.
1. 용어부터 — Quotation / Offer Sheet / PI / PO
계약 전 단계에서 오가는 서류가 네 개쯤 됩니다. 이름이 비슷해서 헷갈리는데, 역할로 나누면 간단합니다.
| 서류 | 누가 만드나 | 성격 | 한 줄 요약 |
|---|---|---|---|
| Quotation (견적) | 수출자 | 가격 문의에 대한 답 | "이 수량이면 얼마입니다" (구속력 약함) |
| Offer Sheet (오퍼시트/물품매도확약서) | 수출자 | 팔겠다는 확약 | "이 조건으로 공급하겠습니다" |
| Proforma Invoice (PI/견적송장) | 수출자 | 조건이 정리된 견적송장 | 바이어가 승인하면 계약 효력·송금 근거 |
| Purchase Order (PO/발주서) | 수입자 | 사겠다는 주문 | "이 조건으로 주문합니다" |
실무에서 순서는 대체로 이렇게 흐릅니다.
문의(Inquiry) → 견적(Quotation) → 협의 → PI 또는 Offer Sheet
→ 바이어 승인(사인/PO) → 계약 성립 → (T/T면) 대금 송금
정해진 정답 순서는 없습니다. 오퍼시트를 생략하고 바로 PI로 가기도 하고, 바이어가 PO를 먼저 던지기도 합니다. 회사·거래처마다 관행이 다르니 "이 순서가 절대"라고 외우기보다 각 서류가 무슨 역할인지를 이해하는 게 낫습니다.
2. Quotation과 PI는 뭐가 다른가 — 법적 효력
가장 중요한 차이입니다.
- Quotation(견적): 단순히 "이 수량이면 이 가격"이라는 가격 안내. 대체로 법적 구속력이 약합니다.
- PI(견적송장): 가격·수량·결제·납기·인코텀즈까지 정리된 문서. 바이어가 승인(accept)하면 그 내용이 계약으로 효력을 갖고, T/T 송금이나 L/C 개설의 근거 서류가 됩니다.
그래서 견적은 좀 편하게 줘도, PI는 신중하게 씁니다. 여기 적은 조건대로 책임을 지게 되니까요. "대충 견적처럼 보내면 되겠지" 하고 PI를 던졌다가, 바이어가 그대로 사인해서 곤란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3. PI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항목
PI·Offer Sheet는 법으로 정해진 양식이 없습니다. 회사마다 자기 양식을 씁니다. 다만 실무에서 빠지면 안 되는 항목은 정해져 있습니다.
- 문서 제목: 문서 상단에
PROFORMA INVOICE명시 (Offer Sheet면 그렇게) - 당사자 정보: 수출자(Seller)·수입자(Buyer) 상호·주소·연락처
- 문서번호·발행일·유효기간(Validity): 견적은 언제까지 유효한지 반드시
- 품목 명세: 품명·모델·규격·수량·단가(Unit Price)·합계(Amount)
- 인코텀즈(Incoterms):
FOB Busan,CIF Los Angeles등 — 단가 옆에 조건 명시 - 결제조건(Terms of Payment): T/T, L/C at sight 등
- 납기(Delivery / Shipment): "L/C 수취 후 4주 이내" 같은 식
- 선적항·목적항, 원산지(Origin: Made in Korea), HS Code
- 포장(Packing): Export standard packing 등
- 수출자 은행 정보: T/T 송금받을 계좌 (PI가 송금 근거가 되므로)
- 서명란: 수출자·수입자 사인 칸
단가에는 반드시 인코텀즈를 같이 씁니다. 예:
USD 1.50/kg FOB Busan. 조건 없이 가격만 적으면 "이 가격에 운임·보험이 포함이냐"로 분쟁이 납니다. 인코텀즈가 헷갈리면: 인코텀즈 2020 완벽 정리
4. 실무 요령 — 한 번 만들어두면 편하다
현장에서 실제로 하는 방식입니다.
- 양식을 템플릿으로 고정: 회사 정보·은행 정보·포장·원산지 등은 거의 안 바뀝니다. 한 번 엑셀/양식으로 만들어두고, 바뀌는 것(바이어·품목·수량·조건·납기)만 수정하면 됩니다. 매번 새로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 유효기간을 꼭 넣기: 원자재값·환율이 움직이므로 "이 견적은 며칠까지 유효"를 명시해야, 몇 달 뒤 옛날 가격으로 주문 넣는 상황을 막습니다.
- 커머셜 인보이스와 구분: PI는 "계약 전 견적송장", 커머셜 인보이스(Commercial Invoice)는 "선적 시 실제 청구서"입니다. 양식이 비슷해 헷갈리는데 역할이 다릅니다. 선적 후 서류는 여기: 수출 서류 한 번에 정리 — 인보이스·패킹리스트·B/L·C/O
- 결제조건은 첫 거래일수록 보수적으로: 처음 보는 바이어라면 T/T 선불 비중을 높이거나 L/C 등 회수 리스크가 낮은 방식을 PI에 반영합니다. 결제방식 비교: 수출 대금 결제 방식 비교
5. PI를 보낸 다음 — 계약이 성립되는 지점
PI를 보냈다고 계약이 된 게 아닙니다. 바이어의 승인(accept) 이 있어야 성립합니다. 실무에서 승인은 여러 형태로 나타납니다.
- PI에 사인해서 회신
- PO(발주서)를 발행
- T/T 선불금(deposit)을 송금 — 대금이 들어오면 사실상 가장 확실한 승인
- "confirm합니다"라는 메일 회신도 정황상 효력을 가질 수 있음
여기서 실무 포인트. 대금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생산을 확정하지 마세요. "곧 보낼게요"만 믿고 원자재를 발주했다가 주문이 엎어지는 일이 첫 거래에서 흔합니다. PI 승인 + 선불금 입금을 생산 착수의 기준으로 잡는 게 안전합니다.
정리
[계약 전 서류 흐름]
문의 → Quotation(견적, 구속력 약) → 협의
→ PI / Offer Sheet (조건 정리, 승인 시 계약 효력)
→ 바이어 승인(사인/PO/선불 송금)
→ 계약 성립 → 생산 착수
[PI 필수 항목]
제목(PROFORMA INVOICE) / 당사자 / 문서번호·발행일·유효기간
품명·규격·수량·단가·합계 / 인코텀즈 / 결제조건 / 납기
선적·목적항 / 원산지·HS Code / 포장 / 은행정보 / 서명란
[핵심]
1. 단가엔 인코텀즈를 붙인다 (USD 1.50/kg FOB Busan)
2. 유효기간을 반드시 넣는다
3. 대금 입금 전엔 생산 확정 금지
4. 양식은 템플릿으로 고정해두면 매번 편하다
마치며
PI는 첫 거래에서 회사의 "일하는 수준"이 그대로 드러나는 서류입니다. 항목이 빠지거나 인코텀즈·유효기간이 없으면 바이어는 대번에 "초보구나" 하고 느낍니다. 반대로 필요한 항목이 깔끔하게 정리된 PI 한 장은 신뢰를 줍니다. 양식을 제대로 한 번 만들어두고, 조건만 정확히 채워 보내세요.
D&B는 그 앞단, PI를 보낼 만한 진짜 바이어를 찾는 일을 글로벌 기업 데이터와 AI 매칭으로 돕습니다. 좋은 서류도 결국 될 만한 상대에게 보내야 결과가 됩니다.